울산석유화학단지가 준공되며 나프타분해시설과 계열 공장을 연결한 국내 최초의 대규모 석유화학 일관생산체계가 확립되었다. 1967년 정부의 단지 조성계획 수립과 1968년 기공 이후 기초유분에서 합성수지·합성섬유 원료 등 유도품으로 이어지는 생산 기반이 형성되었고, 이후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대형화와 수출산업화를 가능하게 한 출발점이 되었다.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성장과 구조전환
한국 석유화학 산업이 1972년 울산석유화학단지의 일관생산체계 확립을 출발점으로 여수·대산까지 생산거점을 확대하고, 대형 나프타분해시설(NCC)에서 범용 제품을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는 성장 공식을 구축한 뒤 그 구조적 한계에 이르게 된 변화를 다루는 주제.
2026년 9월 기준, 중국의 자급화와 수출국 전환, 미국·중동의 원료비 우위, 세계적 공급과잉, 탄소중립·순환경제 압력이 중첩되면서 정부와 업계가 NCC 선별 감축, 정유·석유화학 통합, 고부가·저탄소 제품 전환, 생산거점과 전방산업의 연계를 추진하는 구조전환 과정까지를 시간적 범위로 한다.
타임라인
15연산 35만 톤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과 12개 계열 공장으로 구성된 여천석유화학단지가 완공되었다. 울산에 이어 호남권에 두 번째 대규모 생산거점이 조성되면서 국내 기초유분과 합성수지 공급 능력이 확대되었고, 한국 석유화학 산업이 복수의 대형 단지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준공식은 1979년 10월 26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박정희 대통령 피살로 연기되어 1980년 1월 29일 거행되었다.
정부가 석유화학 산업의 신규 진입과 설비투자에 적용하던 규제를 완화해 투자자유화를 시행하였다. 대기업의 신규 진입과 기존 업체의 증설이 이어지면서 과점적 산업구조가 민간 기업 간 경쟁체제로 바뀌었고, 생산능력과 수출 경쟁력이 빠르게 확대되었다. 동시에 기업별 투자가 집중되며 이후 공급과잉과 산업 전반의 설비 조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도 형성되었다.
삼성종합화학의 대산 나프타분해공장이 상업가동에 들어가면서 울산·여수·대산을 축으로 하는 국내 3대 석유화학 생산거점 체제가 형성되었다. 서해안의 입지와 대규모 설비를 바탕으로 수도권 수요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수출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확대되었고, 1990년 투자자유화 이후의 설비 증설 흐름이 구체적인 생산능력으로 전환되었다.
중국의 고도성장과 도시화, 제조업 확대가 석유화학 제품 수입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한국 기업은 지리적 근접성, 대형 NCC, 수직계열화, 품질과 공급 안정성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서 수출을 확대하였다. 중국이 부족한 범용 제품을 한국에서 조달하는 구조는 국내의 지속적인 설비 증설과 규모의 경제를 뒷받침했지만, 동시에 특정 수출시장과 범용 제품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고착시켰다.
정부는 중국의 자급률 상승과 세계적 공급과잉에 대응해 테레프탈산(TPA), 폴리스티렌(PS) 등 공급과잉 품목의 사업재편과 기능성·정밀화학 제품의 육성을 추진하는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였다. 이는 대중국 수출과 범용 제품 중심 구조의 위험을 정부 차원에서 공식화한 초기 대응이었으나, 조정 대상이 일부 품목과 기업에 집중되어 NCC 전체의 과잉 생산능력을 줄이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수출액이 447억 달러를 기록해 국내 수출 품목 가운데 4위에 올랐고,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약 900만 톤 규모에 도달하였다. 대형 NCC와 범용 제품의 대중국 수출을 결합한 성장 모델이 규모 면에서 정점에 이른 시기를 보여준다. 한편 미국의 셰일가스 기반 에탄 설비 확대와 중국의 자급률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이후 원가와 시장 양쪽에서 압력이 커질 조건도 형성되고 있었다.
세계 에틸렌 생산능력이 약 4,500만 톤 증가했고, 이 가운데 약 2,500만 톤이 중국에서 추가되었다. 중국은 대규모 정유·석유화학 통합설비를 바탕으로 수입 의존국에서 자급화와 수출 경쟁을 병행하는 국가로 전환하였다. 한국에서도 이전 호황기에 결정된 증설이 가동되면서 국내 생산능력이 수요보다 빠르게 증가해, 중국 수요에 기대던 수출 구조와 범용 제품의 공급과잉이 동시에 압박받는 상황이 심화되었다.
세계적 공급과잉과 중국 수요 둔화로 국내 NCC의 가동률이 낮아지고, 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스프레드가 통상적인 손익분기점으로 거론되는 톤당 300~350달러를 지속적으로 밑돌기 시작하였다. 나프타를 수입하는 한국의 원료비 열위와 범용 제품의 높은 수출 의존도가 기업 실적에 직접 반영되면서, 업황 순환을 넘어 생산구조 자체의 수익성 문제가 표면화되었다.
정부는 중국과 중동의 대규모 증설, 범용 제품의 공급과잉, 국내 기업의 수익성 저하를 구조적 문제로 진단하고 사업 매각·인수합병·설비 폐쇄를 포함한 사업재편과 고부가·친환경 전환 지원방안을 발표하였다. 2016년 대책보다 산업 전반의 설비 조정과 지역경제 영향을 폭넓게 다뤘지만, 구체적인 NCC 감축 규모와 기업별 실행계획은 이후 민관 협의와 사업재편 승인 단계에 남아 있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정부와의 민관 협의 아래 연간 270만370만 톤, 국내 NCC 생산능력의 약 1825%를 감축하고 고부가·친환경 제품으로 전환한다는 자율협약을 체결하였다. 기업별 이해관계를 넘어 산업 전체의 NCC 감축 목표가 처음 명시되었고, 정부는 기업의 자구노력과 실질적인 구조조정을 전제로 금융·세제·연구개발·지역 지원을 연계한다는 원칙을 제시하였다.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2025년 12월 30일 제정·공포되고 2026년 4월 21일 시행되었다. 법은 생산설비 합리화와 사업재편, 고부가·저탄소 기술개발, 고용안정과 지역경제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고, 필요한 범위에서 기업 간 정보교환과 공동행위, 기업결합 절차의 특례를 두어 산업 전반의 동시적인 구조조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였다.
정부는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분할해 HD현대케미칼과 통합하고, 롯데의 연산 110만 톤 규모 NCC와 중복·저수익 유도품 설비를 중단하는 대산 지역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하였다. 정유와 석유화학 설비의 통합효율을 높이는 한편 경량·고탄성 소재, 배터리 전해액용 유기용매, 바이오 나프타 기반 제품으로 전환하는 계획으로, 산업 차원의 감축 목표가 개별 단지의 실행계획으로 옮겨간 첫 사례가 되었다.
정부는 여천NCC,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의 관련 사업과 설비를 연계해 에틸렌 설비 2기, 연산 139만 톤과 저부가 범용 제품 설비를 감축하는 여수 지역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하였다. 남은 생산기반은 의료용 저밀도폴리에틸렌, 의료·식품·위생용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 등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하도록 설계되어,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에서 구체적인 설비 감축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전환과 한국의 미래전략」을 발간해 현재의 위기를 일시적 불황이 아니라 기존 성장모델의 구조적 한계로 진단하였다. 보고서는 단순한 NCC 총량 감축보다 개별 설비를 감축·전환·유지 대상으로 구분하고, 정유·석유화학 통합과 반도체·배터리·자동차·인공지능 관련 전방산업 수요에 맞춘 소재 전환을 병행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 진단은 2026년 9월 현재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전환 과제를 정리한 기준점이 되었다.